풍부한 역사와 기적적인 유산을 지닌 폴란드 쳉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Jasna Gora) 수도원은 로마 가톨릭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순례지 중 하나입니다. 검은 성모님 이콘(Black Madonna)을 모신 곳으로 알려진 이 수도원은 기적적인 방어와 치유에서부터 개인적, 국가적 중보기도에 이르기까지 심오한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 있는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쳉스토호바(Częstochowa) 순례는 폴란드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전통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그들의 헌신과 참회를 위하여 도보로 여행합니다.
검은 성모님과 야스나 고라 수도원의 설립 배경
기원 후 326년 성녀 헬레나는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를 찾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가게 됩니다. 이때 그녀는 사도 루카가 만든 후 계속 예루살렘에 있었던 검은 성모님 이콘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는 이것을 콘스탄티노플로 가져가고 아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특별한 성당을 지어 그곳에 모셔 두었습니다. 그리고 수백 년 후 사라센이라는 이슬람교인들이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왔는데 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검은 성모님의 이콘을 들고 성을 돌았습니다. 그러자 이슬람교인들은 두려워 도망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검은 성모님은 콘스탄티노플에 약 600년 동안 계셨고 기원 후 1,000년경부터 이슬람의 공격이 다시 거세지면서 우크라이나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적의 공격이 계속되었고 마침내 적의 화살이 검은 성모님 목에 박히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에 성모님을 피신시키기 위해 또다시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 검은 성모님을 태우고 가던 마차가 쳉스토호바에 이르자 일행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검은 성모님의 이콘을 이 아스나고라 언덕 위에 있는 성당에 모셔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382년 8월 26일 그들을 성모님을 마차에 다시 싣고 서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말이 떠나기를 거부하면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본 성 라디스라우스는 성모님께서 쳉스토호바에 머무르시기를 원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그곳에 수도원을 지어 수사들이 성모님을 보호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 이후 검은 성모님 이콘은 폴란드 쳉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 수도원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17세기 중반 폴란드를 침공해 승승장구하던 스웨덴은 야스나 고라 수도원 점령에 실패하였는데, 검은 성모님이 기적을 일으켜 폴란드를 구해 주었다고 믿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폴란드의 왕 얀 카지미에슈는 1656년 4월 1일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님을 폴란드의 수호의 여왕으로 선포하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검은 성모님 성화의 기원
폴란드 쳉스토호바의 야스나 고라(Jasna Gora, 빛의 언덕)에 있는 성 바오로 은수자회 수도원의 검은 성모님은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전통을 가진 이콘입니다. 이콘은 예수님과 성모님 또는 다른 성인들이나 거룩한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글로 전하는 복음과 함께 그림을 사용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글로 전하기 힘든 부분도 이콘으로는 설명 없이 순간적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콘은 가톨릭 교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콘에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반드시 들어있으며, 아스나고라의 검은 성모님 이콘에도 메시지가 있습니다. 검은 성모님 이콘은 넓이 약 1미터, 높이 1.4미터 정도 크기에 나무판 위에 그려져 있습니다. 검은 성모화가 언제 그려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승에 의하면, 이 나무판은 성모님 집에 있던 백향목으로 된 식탁의 일부라고 합니다. 루카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추억이 스며있는 이 나무식탁위에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안고 계시는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사도 루카는 성모님을 자주 방문하여 예수님의 어린 시절 등 예수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성모님으로부터 들으면서 수십 개의 그림과 이콘, 조각상 등을 만들어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회상하며 루카복음을 기록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성모님과 예수님 얼굴은 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촛불에 노출되어 그을음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검게 변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검은 성모님의 기적
종교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517년 마틴 루터의 의해서 이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가톨릭의 전통 교리에 반하는 것을 가르치는 신부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얀 후스라는 신부였습니다.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상당수 있었는 데다 그들은 1432년 야스나 고라 성 바오로회 수도원을 습격하여 수도원 안에 있던 모든 성물들을 약탈하였는데, 도난품 가운데는 검은 성모님 이콘도 있었습니다. 후스파는 훔친 이콘을 수레에 싣고 떠나려고 하였지만, 말들이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검은 성모님 이콘 때문에 말들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성모님의 이콘을 땅에 내던져 버리고 일당의 한 명이 성화를 뒤덮고 있던 보석들과 금을 보고 성화에서 떼어 내려고 칼을 뽑아 이콘을 내리쳐, 성모님 얼굴에 두 줄의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칼을 내리친 순간, 성모님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으며 강도가 세 번째로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갑자기 땅에 쓰러져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이 흉터를 없애려고 수많은 화가가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그 상처들은 매번 다시 나타났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1655년 11월 8일, 야스나 고라 수도원을 점령하려는 스웨덴군들은 실패하여, 11월 18일 다시 야스나 고라 성벽 근처에 서서 점령하려고 작전을 펼쳤지만 수도원은 강력하게 방어했습니다. 성탄절에 행해진 스웨덴 군대의 마지막 대규모 공격도 결국 실패로 끝나 12월 26일 밤에 야스나 고라를 떠나게 됩니다. 이에 1656년 얀 카지미에시 폴란드 국왕은 엄숙한 맹세로 검은 성모님을 자신과 국가의 수호자로 선택하여, 폴란드 여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드렸습니다.
터키군과 러시아군의 침략을 영웅적으로 방어했던 도시 쳉스토호바(Czestochowa) 근처에 위치한 야스나 고라 수도원은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성모님을 공경하는 순례지가 되었으며 끊임없이 많은 순례객들이 병자치유의 목적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검은 성모님 이콘의 메시지
검은 성모님 이콘은 동방 정교회의 성화에서 잘 알려진 전통적인 구도인 호데게트리아(길을 가리키는 인도자라는 뜻)로서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왼손으로 예수님을 안고 계시면서 오른손으로 구원의 원천인 아기 예수를 가리켜 자신을 향한 시선을 아기 예수남께 주목하도록 합니다. 예수님은 왼손으로 복음서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으로 세상을 축복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성모님 망토의 백합꽃 문양은 순교를 의미하며 성모님의 머리 위에 있는 별은 동정녀이심을 상징합니다. 예수님 옷에는 세 종류의 장미꽃문양이 장식되어 있는데 그 의미는 고귀함과 높은 지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모님의 한 눈으로는 유리를 바라보고 계시며 또 한 눈으로는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하느님께 헌신하는 성모님의 마음과 우리에게 진실을 전하려는 성모님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파란 옷을 입고 계시고 아기 예수님은 붉은 옷을 입고 계시는데, 붉은 색은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예수님께서 붉은 색 옷을 입고 계시다는 것은 피와 죽음을 의미합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장차 인류를 위하여 고난 받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심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막지 않고 처절한 고통을 인내할 것이라는 다짐을 성모님의 슬픈 얼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예수님의 붉은 옷은 불과 성령을 의미합니다. 루카복음 3장 16절에서 세례자 요한은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라고 하셨듯이 예수님께서 입고 계신 붉은 옷은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고 불과 같은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예수님의 붉은 옷은 예수님이 육화로 강생 하셨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붉은색의 히브리 단어는 아돔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붉은 진흙을 뜻합니다. 인간은 진흙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진흙은 육체를 의미하는데 인류의 조상인 아담도 아돔에서 파생되었습니다. 또한 성모님의 옷 안쪽 색깔이 예수님의 옷 색깔과 같은 붉은 색인 것은, 예수님이 성모님을 통해서 육화 하셨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하늘의 상징인 파란색 옷을 입고 계심은 모든 것이 하늘의 뜻에 따라 성자 하느님이 성모님을 통해서 인간으로 태어나셨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예수님이 손에 들고 계시는 복음서가 파란색이므로 이는 예수님이 하늘의 말씀을 전하실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